동화 <지각대장 존>
<지각 대장 존>은 존 버닝햄의 글과 그림으로 비룡소에서 나온 작품이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책을 들면 표지에 커다란 선생님이 작은 학생을 내려다보고 있고 아이는 땀을 흘리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하다. 무언가 압도된 채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각 대장 존’이다. 이 책은 1995년에 발매되었으며 내가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20년은 족히 되었을 듯싶다.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려고 산 책인데, 아이들하고 신나게 독서 토론도 하고 책의 뒷이야기도 써봤던 기억이 있는 작품이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영국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무심한 얼굴로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런 작가의 모습은 ‘지각대장 존’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는 병역을 기피하면서까지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신을 지키는 좀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자신만의 세계가 완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의 성향의 그의 작품 속에 독특한 그림체와 색상을 표현된다.
그는 첫 번째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로 1963년에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을 수상, 1970년에 <검은 아저씨의 뱃놀이>로 케이트 그린 어웨이 상을 또 한 번 수상하면서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사랑을 받는다.
그의 책은 단순한 그림과 간결한 말로 그림책을 구성한다. 또 등장인물은 자유로운 놀이의 세계를 꿈꾸는 인물로 자유자재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보며 그림 속에 빠져 들어가게 한다. 그래서 그가 그려 내는 그의 책은 오랜 시간 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림 이야기
존 버닝햄의 그림은 솔직하고 순박하다. 서툴고 자유분방한 그림은 마치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처럼 어설픈 느낌의 그림들이다. 세련되지 않은 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자신도 그 그림을 그리는 사람, 혹은 그 그림 속의 한 인물이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상상이 책 속에 펼쳐지고 있거나, 어려서는 몰랐던 자신의 어린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구름 나라>, <크리스마스 선물> 등 존 버닝햄의 몇 권의 책을 대하다 보면 작가가 펼쳐놓은 동심에 푹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각대장 존의 등굣길
첫 장을 펼치면 온통 가득 채운 글씨들 삐뚤빼뚤한 한글들이 가득 차 있다. 한글로 번역해 놓은 책이니까 그렇겠지만 마치 한국 작가의 작품인가 싶은 착각이 잠깐 든다.
"악아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이 계속 반복되며 양 쪽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학교를 가려고 집을 나서는 존, 아직 환한 아침이 아니데 가방을 멘 존이 걸어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일찍 집을 나서는데도 매일 아이는 지각을 하고 매일 선생님께 꾸중을 듣는다. 아이의 말을 듣지도 믿으려고 하지도 않는 선생님은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존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지각을 한다. 그리고 반성문을 쓰거나 구석에서 거짓말하지 않겠다는 말을 외치는 벌을 받는다.
그런데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어떤 일일까?
추천
이 책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학교 가는 길에 개미를 관찰하다가 늦었다는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유난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눈이 똘똘한데 순수하고 맑은 그 눈은 개구짐보다는 두려움이 설핏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아마도 어른들을 조심하는 두려움이었던 것일 거다. 그처럼 존도 학교 가는 길에 어쩌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곤 하는 것일 거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 빠졌던 것을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규율만 강요하는 것이고.
아이들의 부모나 선생님들이 이 책을 본다면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되어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본다면 상상의 친구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림도 내용도 기발하다. 그래서 그 뒷이야기를 마음껏 써보도록 하면, 아이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내곤 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다가 막상 아이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신났었다. 그렇게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아이들의 머릿속을 잠깐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너무도 굳어 버린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만나보기도 했으니까. 아이들과 어른이 그렇게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뒷이야기 써보기를 독후활동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이 활동은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도 가능하며 아이들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정말 기발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글은 2024년 8월 2일에 발행했던 글을 보완해서 올린 것입니다.)
해당 도서 교보 문고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98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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