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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그림책 <새벽>의 표지, 작가, 새벽, 감상

by 글바라기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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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좋아하시나요? 유리 슐레비츠 글, 그림의 <새벽>이라는 그림책입니다. 바로 전에 소개했던  <내가 만난 꿈의 지도>의 작가입니다. 작가가 그려낸 새벽의 고즈넉함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8월 2일에 발행했던 글로 수정되었습니다 :)

표지 그림,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두 사람

 위 사진은 시공주니어 출판사의 책 표지입니다.

 

표지의 느낌과 색상

 

동화 <새벽>을 집어 들면 표지에서 새벽의 푸릇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공 주니어에서 나온 <새벽>이라는 그림책은, 표지가 하드보드지로 만들어져서 매끈하고 탄탄하면서도 종이의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표지는 하늘색 테두리 안에 검은 바탕이 펼쳐지고 다시 작게 뚫린 구멍으로 호수가 펼쳐지는데 그 속에 나뭇잎 두 장이 겹쳐진 것 같은 산자락이 펼치며 고즈넉한 정경을 이룹니다. 앞산은 초록, 뒷산은 푸른색으로 산 사이에 거리감이 있고, 하늘과 호수가 나뉘어 그림자가 비친 모습이 마치 나뭇잎 펼쳐진 것 같아 보입니다. 어른과 아이가 탄 조각배가 물을 가르며 가고 있는 모습은 평화롭게 보입니다.  새벽이라는 제목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풍경에 마음이 끌립니다.

 

 

작가

 

유리 숄레비츠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조국을 탈출하여 유럽 여기저기를 떠돌았다고 합니다. 책방에서 그림책을 넘겨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는 어린 슈베이츠의 감성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라는 작품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고 하는데, 아직 그 작품은 보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만나보고 여기에 소개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오래 사랑하는 작품 <새벽>을 다시 만져 봅니다.

 

 

새벽으로

 

여름을 느끼게 하는 초록색 글씨에서 새벽의 냄새를 맡으며 책을 열고 들어갑니다. 표지를 넘기면 여러 층의 색깔이 층층이 싸이면서 마치 깊은 물속이 보이는 듯, 또 한 장, 또 한 장 넘기면서 새벽이 서서히 다가옵니다. 태양이 하얗게 빛을 내며 떠오르는 새벽, 그 아래 산과 들판은 잠이 든 채입니다.

 

<새벽>은 짧은 그림 동화로 이야기보다 큰 이야기를 품은 책으로 직접 책을 만지고 책과 눈을 마주치는 느낌이 훌륭한 책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푸른빛 구멍이 보입니다.

 

이 구멍은 무슨 구멍일까?

고요하다.

더 커지는 구멍

고요하다.

더 커지는 구명

싸늘하고 축축하다.

 

그리고 호수 아래 나무가 보입니다. 더 들어가면 나무 아래 할아버지와 손자가 웅크리고 자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매우 고단한 모양입니다.

 

푸른색의 그림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마치 새벽처럼.

 

 

또 다른 새벽

 

새벽이 오고 아직 산은 어둠 속인데 호수 안에 또 다른 새벽이 그려집니다.

바람이 불고 호수의 물결이 일렁입니다. 마치 독자가 새벽의 호수에 있는 듯 느껴지게 합니다.

 

새벽이 짙어지면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생물들이 깨어 움직이고,

새가 지저귀는 아침이 되자 할아버지가 손자를 흔들어 깨웁니다.

 

어떠 대화도 나오지 않지만 둘은 조용히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함께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갑니다. 물줄기가 소리도 없이 배를 따라갑니다.

 

할아버지의 표정이 처음으로 나타납니다. 환히 웃는 모습! 

노를 저으며 가는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과 함께 하루가 열리는 새벽이 여기에 또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미소 안에.

 

배가 멀어져 가고

배와 할아버지와 손자를 품은 산과 호수가 초록이 됩니다. 두 장의 나뭇잎이 맞물린 것 같은 앞산과 뒷산이 포개어진 아래 호수가 가득 이어져 나뭇잎이 되고 초록이 됩니다. 그런 새벽입니다.

 

감상

 

읽으면서 마음이 잔잔해지는 것을 느끼는 책입니다. 말 한마디 없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그림책이나 동화라기보다 마음 안에 찾아드는 새벽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 안에 작가의 어렵고 복잡한 마음이 여기에 다 잠겨 들었나 봅니다. 떠돌며 힘겨웠을 작가가 책방에서 느꼈던 위안과 그림들에게서 받은 위로가 이렇게 고즈넉하고 잔잔한 새벽으로 잠겨 들었나 봅니다. 그렇게 글과 그림은 차분히 깊습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입니다. 하루하루가 시끄러운 소식들로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과 필요한 소식과 필요하지 않은 소식들을 망라하고 세상은 온갖 소리들로 넘쳐납니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우리들의 마음은 더 복잡해진 것 같습니다.

 

책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다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간 듯 잠잠하고 고요해지는 것을 느끼게 하는 책, 몇 장 안 되는 이 책이 묘한 힘으로 마음 안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그리고 딱 한 번 환한 미소를 보는 순간 마음이 환해집니다. 마치 어두웠던 산자락에 해가 떠오르는 새벽처럼 말입니다.

 

동화를 읽어야 할 나이가 지났는데 동화가 좋습니다.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봅니다.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아도

그림 속의 장면이 고요히 살아나며 어지러웠던 지나날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해동 도서 교보 문고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34530

 

새벽 | 유리 슐레비츠 - 교보문고

새벽 |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은 중국 시인의 한시를 바탕으로 해서 그린 그림책으로 들판의 해뜨는 광경을 드라마처럼 강렬하나 섬세하게 묘사한 시적인 그림과 옛 중국 시인의 시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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